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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충격기가 뭐여” 경로당 노인 심정지 때도 대책은 ‘열악’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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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충북 진천 동주원마을 가보니 

경로당은 고령사회를 맞은 어르신들이 일상의 상당 부분을 보내는 ‘둥지’나 다름없다. 대한노인회 최신 자료를 보면 전국의 경로당 숫자는 6만5159개, 회원은 244만6337명이다. 과연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성심장부정맥 같은 심장이벤트(응급실로 실려가는 심장 발작)가 발생했을 때 경로당의 대응 여건은 어느 정도일까.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부분의 경로당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자동심장충격기(AED·사진) 설치가 태부족이다. 심폐소생술 교육도 걸음마 단계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에 등록된 경로당의 AED 장비(3월12일 현재) 수는 358대로 0.5% 수준에 불과했다. 노인회나 보건복지부에는 관련 통계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시·군·구 지자체 보건소 10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한 경로당은 드물었고, 교육 또한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어르신들만 거주하는 2인 가구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서 어르신들이 심폐소생술 체험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어르신들만 거주하는 2인 가구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서 어르신들이 심폐소생술 체험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입춘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월4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동주원마을 경로당을 방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혜원면 정도면 국내 농어촌의 응급의료 체계에서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이곳을 통해 다른 곳의 실정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경북 경주시내 한 경로당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슴압박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경주시 보건소 제공

경북 경주시내 한 경로당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슴압박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경주시 보건소 제공

마을노인회 홍준기 회장(81)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여느 농촌 마을처럼 70대 이상 노인 부부가 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외지로 나가 살기 때문이다. 홀로 거주하는 80세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도 적지 않다. 

경로당에는 어르신 15명 정도가 점심을 먹기 위해 모여 있었다. 기자가 ‘정지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응급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에 대해 아시느냐?’고 묻자 “심장충격기가 뭐예요?”라는 대답이 대뜸 돌아왔다. 심장과 호흡을 살리는 ‘심폐소생술’ 또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 이 마을에서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분이 있었나요. 

“3년 전쯤 60살이 안된 아주머니가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식은땀을 흘리면서 주저앉았어요. 주변에서 몸을 누인 뒤 막 주무르고, 119에 신고해서 얼마 있다 구급차가 왔어요. 다행히 살아서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 심폐소생술 할 줄 아시는 분 계세요. 

“심장충격기가 뭐여” 경로당 노인 심정지 때도 대책은 ‘열악’

“심장에 충격? 그게 뭐여….” 

반응이 잠잠하자 ‘젊은 축에 속한다’는 신인애씨(68)가 나섰다. 신씨는 지금까지 3번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경로당에 모인 사람들 중 유일하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이다. 농협과 군 보건소에서 받았는데, 세번 모두 마네킹을 놓고 가슴을 계속 누르는 실습을 했다고 한다. “좀 오래돼 당황하면 잘 못할 거 같기도 하고…. 잘 생각 안 날 땐 윗도리 단추 3번째 부위를 강하게 빠르게 계속 누르라고 강사가 그랬어요.” 그러나 AED 사용법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마을 이장 전강우씨(62)는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마을회관과 경로당, 외진 마을에서 활용할 수 있게 자동심장충격기를 마을기금으로라도 사서 비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김호순 대한약침학회 부회장(61·한의학 박사)은 “취약지 농어촌 마을일수록 심정지 발생 시 심폐소생술 대책이나 중증외상 환자 이송 대책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외 취약지에 의료봉사를 다닌 경험이 많다. 

충남 청양군 노인센터에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라디안 제공

충남 청양군 노인센터에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라디안 제공

가슴압박 심폐소생술이 쉽지 않은 노년층일수록 심장 리듬을 파악해 음성으로 자동 안내하는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노태호 전 대한심장학회 회장(65·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은 “노인들이 심정지 발생의 위험성이 크므로 경로당에 AED를 설치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 사용법을 포함한 심폐소생술 교육의 정례화, 일상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출처 : 박 효 순 기자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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